“나는 왜 1991년 5월을 기억하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가?”
혁명이 사라진 시대, 흩어진 사람들에 대한 단정한 성찰
1980년대를 ‘5·18 광주항쟁’과 ‘6월 항쟁’으로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1991년 5월의 일들은 역사의 먼지와 같은 사건일지 모른다. 그러나 명지대생 강경대의 죽음에서 촉발된 ‘1991년 5월 투쟁’은 여전히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5·18의 학살자들과 5공화국 독재의 잔재를 몰아내려는 ‘제2의 6월 항쟁’이었다. 불과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학생, 노동자, 빈민 11명이 연이어 분신하고 전국적으로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1980년대 급진적 민중운동의 마지막 필사적인 저항과도 같았던 1991년 5월 투쟁은 갑자기 소멸했다. 얄궂게도 1991년 5월 투쟁은 1980년대 민중운동이 상상했던 총체적 ‘전민항쟁’으로는 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오히려 1991년 5월 이후 세상은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고, 1980년 5·18 광주항쟁에서 1991년 5월 투쟁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혁명을 꿈꾸던 사람들은 흩어졌다.
1991년 5월 이후를 ‘비혁명의 시대’라고 하는 것은 낯설 수 있다. 비혁명의 시대는 혁명을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혁명적이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의 혁명을 꿈꾸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너무 좁았다. 혁명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세상이 바뀌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 책에는 1991년 5월 이후의 사회운동과 정치철학의 풍경을 다시 돌아보면서 다른 미래를 여는 열쇠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물론 한 시대의 처음과 끝을 구획하는 작업은 평범한 삶의 연속에 부딪쳐 자주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래하지 않은 혁명의 유산들을 흩어진 사람들과 함께 성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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