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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ㆍ책과 생각] 강민혁의 자기배려와 파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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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해석학 - 미셸 푸코 원문보기: www.hani.co.kr/arti/culture/book/976831.html?fbclid=IwAR38qoOvHLWK0nRTURq38TcwqemNQMOrWOhQI36SoSNAC6CtCAqRww9GhoI 신체의 길에 박힌 자기배려의 로고스 영성, 양생술, 죽음의 수련,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가기. 이 책은 자기계발서나 명상서에 나올 법한 언어들로 가득하다. 푸코는 자기배려를 활쏘기에 비유하면서 자기 주변에 공(空)을 만들고 소음으로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는 행위라고도 말한다. 나는 존재가 흔들릴 때 이 책을 만났다. 나비는 이리저리 날아도 꽃송이를 잘도 찾는데, 내 세상일은 엉망이 되고, 급기야 내려앉을 몸마저 망치고 있었다. 묵묵부답인 삶을 앞에 둔 그 시절, 나는 이 책으로 삶을 견뎌냈다...
리바이어던 - 토마스 홉스 원문보기: www.hani.co.kr/arti/culture/book/972770.html#csidx489aed060381ae5a5b2e56f55509658 삶을 향한 진짜 전쟁 맘스베리의 히드라, 극악한 리바이어던, 영국의 야수, 불경한 죽음의 전령, 옛 이교를 신앙으로 만든 탕아, 가짜를 파는 악당. 17세기 비판자가 토머스 홉스를 두고 퍼부은 저주들이다. 당대에는 불경한 사기꾼으로, 현대에는 전체주의의 괴물로 여겨지는 홉스. 어쩐지 그는 창고에 처박아 봉인해야 할 사람처럼 보인다. 홉스의 기묘한 세계로 날아가 보자. 인간은 운동하는 물체다. 하느님마저 물질로 환원된다. 생각이나 감각도 외부 물체에 자극받아 신체 내부에서 운동한 결과다. 운동의 동력은 자기보존. 욕구와 혐오란 자기보존을 위해 외부 물..
꿈의 해석 - 지그문트 프로이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8803.html?fbclid=IwAR36BOYBP-n5mxdeN7RBW3pvyOykim2jTQ7KhodKAbYF4tBnt-EcCDwqEGU#csidxf2d7b60cb30ef91b08982ab040408ef 무의식, 미래를 만드는 전사 어느 여름날 프로이트는 벨뷔 집에서 ‘이르마의 주사 꿈’이라는 역사적 꿈을 꾼다. 그는 이 꿈을 해석하고 나서 친구 플리스에게 이렇게 쓴다. “자네는 언젠가 그 집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대리석 탁자가 놓이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 1895년 7월24일 이 집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꿈의 비밀이 드러나다.” 밖으로 나타난 ‘꿈-내용’(Trauminhalt)은 간략하다. 프로..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 사이토 고헤이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5099.html#csidx07b01d65ff6e52c8c253c1838bb1205 생태사회주의의 문을 만나다 마르크스가 기술 진보와 생산력 발전을 무분별하게 칭송했다는 비판은 늘 있었다. 부르주아에 대한 존경심에서 솟아난 듯한 의 문장들은 마치 유토피아의 초대장으로 여겨질 정도다. “부르주아지는 백 년도 채 못 되는 그들의 계급 지배 동안 앞서간 모든 세대를 합친 것보다 더 많고 더 거대한 생산력을 창조했다.” “한마디로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형상대로 세계를 창조한다.” 자본의 진보적 성격에 대한 찬탄은 가을밤 불꽃놀이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러나 강물이 바다 길목에 들어서면 소금의 기운이 번지고 다른 물이 되듯, 마..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 - 질베르 시몽동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0720.html#csidxd5056a720ad8fb097669eb0be34cd88 하늘과 땅과 인간과 기계들의 우정 고향에 천생 농사꾼인 동네 할아버지가 계셨다. 특이하게도 집 마루에는 십수 년 사용했을 법한 금성 라디오가 지직거리고, 마당에는 경운기 엔진이 트레일러도 없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다. 하루는 나를 붙잡고, 라디오 어쩌고저쩌고하다, 10마력 가까이 되는 엔진 저놈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대견스러워도 하고, 쇳가루 둥둥 뜬 폐유를 준 기억에 자식처럼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기술과 인간의 우정을 상상한 프랑스 철학자 시몽동이 보았다면 아마 폐선 같은 저 엔진을 쓰다듬으며 할아버지와 유쾌한 방담을 나누지 않았..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 - 에픽테토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56833.html?fbclid=IwAR0eWP3-yjdZxPsxmnnmPSMSNAAWnDXSeqi6EIuJNx5Cr0eecmD-pq-w9h4#csidx1c25af9445d78619d264320cdb4678a 자유인, 자기로 되돌아갈 줄 아는 자 후기 스토아 철학을 주도한 세 명의 철학자는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다. 세네카는 귀족,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 그리고 에픽테토스는 다리에 장애가 있는 노예였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던 세 사람이 같은 철학으로 묶이는 것은 징후적이다. 스토아 철학이 신분을 넘어 공유될 정도로 급진적이었음을 뜻한다. 특히 에픽테토스는 밑바닥에서 솟아난 자기배려의 철학자..
기록시스템 1800·1900 - 프리드리히 키틀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53083.html#csidx88509752587638eb16d1bbdbf6c30d2 글쓰기는 밤의 내전이자 놀이이다 강민혁. 저자, 철학자 어린 시절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새벽기도를 가곤 했다. 더 큰 고역은 온갖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이다. ‘십자가의 길’은 어찌나 길던지 지금도 진땀이 다 난다. 성경을 필사해 읽고, 일기에 감상을 쓰기도 했다. 성경과 기도의 문자들이 우박처럼 꽂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런 고역이 반복될수록 마치 예수님이 내 손을 잡아 이끄시는 것 같고, 마음은 영롱해졌다. 반복해 읽고 쓰는 일이 숭고한 의미를 밝히고 있었다. 아마 독일의 매체철학자 키틀러라면 이를 두고 ‘1800년대식’이라고 ..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 가라타니 고진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49041.html#csidx131f7e428d3ce29b4cbd9eebee6fe9b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게 행하다 진의 시황제는 죽을 때 환관 조고에게 장자를 후계자로 삼으라는 조서(詔書)를 주었다. 그러나 조고는 천자의 서거를 숨기고, 막내인 호해를 옹립하여 급히 궁정으로 귀환한다. 이를 두고 가라타니 고진은 “죽음은 그가 차지하고 있던 관계에 공백이 생기는 일이며, 살아남은 자는 그것을 메우고 관계를 새롭게 재편성한다”고 쓴다. 두려운 것은 시황제의 죽음으로 생겨난 한순간의 ‘진공’이고, 그 이후 변형될 새로운 체제다. 조고는 이 두려움 때문에 시황제의 공백을 은폐한다.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이런 진공은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