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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정치철학연구회
■ [한겨레ㆍ책과 생각] 강민혁의 자기배려와 파레시아

꿈의 해석 - 지그문트 프로이트

by 공방 RGCPP-gongbang 2020. 11. 6.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8803.html?fbclid=IwAR36BOYBP-n5mxdeN7RBW3pvyOykim2jTQ7KhodKAbYF4tBnt-EcCDwqEGU#csidxf2d7b60cb30ef91b08982ab040408ef 

 

무의식, 미래를 만드는 전사

 

꿈의 해석 /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2020)

어느 여름날 프로이트는 벨뷔 집에서 ‘이르마의 주사 꿈’이라는 역사적 꿈을 꾼다. 그는 이 꿈을 해석하고 나서 친구 플리스에게 이렇게 쓴다. “자네는 언젠가 그 집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대리석 탁자가 놓이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 1895년 7월24일 이 집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꿈의 비밀이 드러나다.”

밖으로 나타난 ‘꿈-내용’(Trauminhalt)은 간략하다. 프로이트 말을 잘 듣지 않는 여성 환자 이르마는 얼굴이 퉁퉁 부었고, 목 안에 딱지가 있다. 프로이트는 혹시 잘못될까 싶어 이르마의 주치의 엠(M)을 불렀다. 다리를 절고 턱수염이 없는 그는 엉뚱하게 진단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친구 오토가 그녀에게 이상한 주사를 놓았다. 그는 너무 경솔했다. 아마 주사기도 청결하지 않았으리라.

짧은 꿈-내용만 봐서는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꿈 아래 잠긴 사고의 흐름을 길게 서술한 ‘꿈-사고’(Traumgedanken)를 보면 놀랍다. 전날 오토는 프로이트를 탓하듯 이르마의 병세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꿈에서는 오토의 주사 때문에 병세가 나빠졌다. 이거 보라고, 이르마의 병은 내 책임이 아니야, 오토 탓이지. 엉뚱한 진단을 한 의사 M도 무능하기 짝이 없군.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형을 닮다니. 어리석고 무능한 놈들! 꿈에서 프로이트는 이르마, 오토, 의사 M, 형에게 모조리 복수한다.

모든 꿈은 힘겨운 작업의 결과물이다. 꿈-작업의 연장통에 든 도구는 압축, 전위(Verschiebung, 이동), 형상화의 고려 그리고 이차가공 같은 것들이다. 밖으로 드러난 꿈-내용의 요소들은 잠재적 꿈-사고에 있는 몇 가지가 동시에 압축 표현되며 중층 결정(Überdeterminierung)된다. 예컨대 프로이트 형의 외모는 의사 M으로 이동·압축되어 새로운 인물로 형상화된다. 이제 프로이트는 의사 M과 형을 동시에 복수할 수 있게 된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도록 형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복수에 성공하는 것이다. 무의식적 소원은 자신을 극도로 억제하고 다른 것으로 위장하여 마침내 목표를 이룬다.

이것은 꿈에만 아니라, 신경증 증후의 형성, 말실수나 농담에서도 나타난다. 아니, 모든 정신의 생성으로 확대된다. 이 지평에 이르면 프로이트가 지나치게 성적인 것에 집착했다는 비난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성충동은 육체적이면서도 정신적인 특이한 쾌락일 뿐 아니라, 쾌락 중에서도 가장 분명하고 위험한 쾌락이다. 정신분석은 그것만큼 억압받는 충동이 없음을 출발점으로 여긴다. 그러자 그것은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에너지를 품은 원천으로 올라선다.

참다운 순간은 그 이후다. 무의식적 소원은 솟아올라 사소한 것들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정신의 모든 것과 연대하며 엄혹한 검열을 뚫고 나가는 힘찬 전진이 된다. 내가 프로이트에게 감동하는 것은 때론 위장하고 때론 은폐하면서도 어쨌든 권력 관계의 틈을 헤쳐 나가 마침내 고지를 차지하고야 마는 무의식의 저 영리한 투쟁이다. 사람들은 뱀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신중하면서도 은밀하게 등장하는 또 다른 우리 자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마음의 감옥을 가뿐히 탈출하여 전장을 헤쳐 나가는 저 담대하고 신중한 무의식이야말로 미래의 전사이다.  

강민혁 / <자기배려의 책읽기> 저자, 철학자



[책&생각] 강민혁의 자기배려와 파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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